올해로 일곱 돌을 맞은 독일마을 맥주축제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의 열띤 대장정을 마무리 지었다. 축제기간 중 비 예고가 이어지는 등 궂은 날씨가 예견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흘간 8만8천여명의 추정 방문객이 축제장을 찾은 것으로 남해군은 집계하고 있어 악재 속에서도 축제의 외형적 성공은 거둔 축제라고 평가할 수 있다.
먼저 이번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군 공무원들이 기울인 노력과 축제기간 중 곳곳에서 보이지 않게 구슬땀을 흘린 이들의 노고에 우선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다만 매번 지면을 통한 축제 평가에서 후한 평가보다는 아쉬움과 개선방안에 더욱 무게를 싣는 것은 이들의 노고를 폄훼하는 것이 아닌 좀 더 나은 축제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이를 통해 한 단계 성숙된 지역축제의 면모를 갖춰나가는데 지역언론 나름의 사명을 다하고자 함에 있음을 양해해 주기를 바란다.
우선 총평 차원의 평가부터 보면 독일마을 맥주축제는 과년도 축제 평가에서도 이어져 온 호평과 같이 국내유일의 파독광부, 파독간호사 이주 정착촌이라는 장소적 상징성과 결부해 독일 현지의 옥토버페스트를 한국형 축제형태로 변환시키고 해를 거듭하면서 글로컬(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 세계화와 지역화의 개념을 융복합시킨 조어) 축제로의 성장 가능성을 거듭 확인시켰다. 독일마을 맥주축제에 매년 다소 후한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타 지역축제가 지역민의 축제, 지역주민의 위안잔치 성격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는 있으나 지역축제로 인한 지역홍보와 잠재적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각인효과 제고라는 차원에서 독일마을 맥주축제는 사실상 마을 단위 축제를 넘어 가히 군 대표축제에 버금가는 위상과 저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복되는 고질적 개선사항은 남아있다. 축제의 흥행을 반증하는 요인으로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나 관광객의 편의를 저해하는 교통정체와 주차난은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그 외 개선사항은 기사로 가름하기로 하고 독일마을 맥주축제의 정체성을 다시 되짚어 보면서 칼럼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독일마을 맥주축제는 사실상 서두에 언급한 것과 같이 국내 유일의 파독광부, 파독간호사들의 이주정착촌이라는 장소의 상징성에 기인해 기획됐고 현재와 같은 성공가도를 걸어왔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해를 거듭하면서 축제의 구성이나 프로그램, 킬러콘텐츠들의 탄탄함은 더해졌을지 모르지만 이 축제가 생기게 된 배경과 상징은 점차 축제의 부차적인 ‘병풍’이 되는 듯해 아쉽기만 하다. 주행사장인 도이처 플라츠 아치 입구 왼켠에는 한국과 독일 양국의 국기와 더불어 ‘독일 아리랑이 되어…’라는 글귀와 함께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잠시나마 되새기게 하는 표지석이 서 있다.
나이 지긋한 이들에게는 직간접 경험이 묻은 근현대사의 아프지만 아련한 편린일 수도 있을테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이곳이 ‘맥주축제’가 열리는 흥미로운 관광지 중 하나로만 치부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축제를 비롯한 지역의 관광자원이 지니는 경쟁력 중 중요한 요인으로 ‘스토리’를 꼽는 학자나 연구자들이 늘고 있다. 없는 ‘스토리’를 만들려고 하는 곳이 허다한데도 우리는 이미 잘 갖춰진 ‘스토리’를 두고도 무대행사 한 꼭지 더 신나게 만드는데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의 자성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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